skkusoa 진로 인터뷰 프로젝 : 건축문화 #2

<interviewee>

오픈하우스서울 대표 임진영 대표님

건축을 읽어내는 시선으로, 대중과 건축을 잇는 자리를 만들어온 건축 저널리스트이자 기획자
대학원에서 한국고건축과 이론을 공부했다. 건축 전문지 C3에서 저널리스트로서의 기본기를 다지며 건축을 읽고, 취재하고, 글로 옮기는 일을 해왔다. 국내 활동에 그치지 않고 해외 저널에도 한국 건축을 소개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다. 오픈하우스 대표가 되어 ‘타자화된 시선’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은, 건축계 안팎의 문턱을 낮추고 좋은 건축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 장소로 초대해주신 공간, 홍건익가옥
홍건익가옥

<interview>

Part 0. <시작>

soa: 안녕하세요. 저희는 성균관대학교 아카이빙 학생 단체 skkusoa의 이세진, 원채연, 김수진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축학도들에게 대표님은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건축물의 가치를 꾸준히 대중에게 보여주시는 태도가 느껴져서 그렇게 표현하게 되었어요. 오늘은 그 치열한 여정에 대해 직접 듣고 싶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먼저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집, 사무공간 말고도 여러 행사에 참석하시는데, 요즘은 주로 어떤 행사에 참여하시나요?

임진영: 전시 오프닝도 많고, 개별적으로는 요즘 토크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활발한 것 같아요. 그래서 주요한 건축 전시는 되도록 다 가보려고 하는 편이고, 최근에 끝난 힐튼 전시도 재미있게 봤어요. 그 외에도 흥미로운 곳은 대부분 작은 규모의 전시들인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것들. 그런 소규모 디자인이나 건축 전시를 요즘 많이 찾아다니고 있어요.

soa: 감사합니다. 추가로, 요즘 재미있게 보셨거나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전시가 있나요?

임진영: 사실 가장 좋게 생각했던 건 힐튼 전시였어요. 이미 끝나서 아쉽지만요. (웃음) 어떤 전시들은 제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아이디어나 관점을 환기해 주고 자극을 주는데, 힐튼 전시를 좋게 본 이유는 전시 형식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에요.
사실 건축계는 전시를 좀 쉽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건축가들이 늘 건축의 언어로 말해왔기 때문에 전시에도 익숙하다고 느끼기 쉽거든요. 하지만 전시에는 전시만의 언어와 형식이 있어요. 건축 전시를 들여다보면 의도는 알겠는데, 그것을 전시로 구성하는 디테일이 떨어질 때가 종종 있어요. 힐튼 전시는 건축 이야기를 할 때 갖춰야 할 전시 형식을 잘 구현한, 힐튼이라는 맥락 아래 사회적 배경을 잘 풀어낸 전시였다고 생각해요.

피크닉 제공
힐튼서울 모형 사진 / 사진 임정의

Part 1. <직무와 철학>

soa: 이제 대표님의 직무와 철학에 관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오랫동안 건축 전문 기자로 활동하셨는데, 왜 설계가 아닌 글이라는 방식으로 건축을 다루게 되셨나요? 그 계기나 원동력, 글에 매력을 느낀 순간이 궁금합니다.

임진영: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이론에 강하신 좋은 교수님들 아래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어요. 이상해 교수님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이론적 배경을 짚어주셨고, 임창복 교수님은 현대 건축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탄탄하셨고, 윤인석 교수님은 근대 건축에 탄탄한 배경을 갖고 계셨어요. 그 외에도 여러 선생님께 이론적으로 많은 수혜를 받았죠.
특히 건축사를 연구하면서 건축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능력이 저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건축을 만드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건축을 읽어내고 해석하고 그 의미를 확장하는 역할이 저한테는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신문방송학과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관심사가 겹쳤던 것 같아요. 건축을 제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당시 건축 관련 저널은 있었지만 실질적인 저널의 역할을 하는 곳은 많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됐어요.
저널리스트로서 가져야 할 기본기, 기자나 에디터가 갖춰야 할 기본기는 C3에 계셨던 분들께 다 배웠어요. 건축을 보는 기준, 사진을 고르는 방식, 도면을 보는 법, 편집에 대한 것까지 많이 배웠죠. 기자로서 건축을 읽고 취재하고 특집을 구성하며 글을 쓸 기회를 가진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건축을 이야기할 때 창작 작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의미를 더해주고 확장해 주는 역할이 함께 있어야 그 분야가 살아난다고 생각하거든요.

soa: 그럼 글을 쓰게 된 첫 경험이 C3였나요?

임진영: 맞아요. 그리고 대학원 재학 당시에 선배들이 건축 저널을 주제별로 엮어 책을 만든 적이 있어요. 예를 들어 해체주의라는 주제를 정하면, 여러 잡지에서 그 주제로 나온 글들을 모아 한 권으로 엮는 식이었어요. 그 작업이 저에게는 꽤 강렬했어요. 그때 모아놓은 글들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어요. 덕분에 남들보다 저널을 더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C3 매거진

soa: 저희는 건축물이 지어지는 전형적인 과정을 개발-설계-시공-준공-운영으로 보았는데, 대표님은 이 프로세스 밖에 계신 것으로 해석했어요. 그런 배경에서 건축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임진영: 어려운 질문이네요. 특별히 드라마틱한 방법론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런 차이는 있어요. 기자는 결과물을 보고 이야기해요. 물론 개념적인 계획안을 볼 때도 있지만, 저는 지어진 결과물을 보고 그 과정을 역추적하는 접근이에요. 이 사람의 컨셉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떻게 전개됐는지,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보는 거죠. 반면 건축가는 시작에서 끝을 열어가요. 저널은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역추적하기 때문에,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추상적이고 아련하고 시적인 표현을 피하려고 해요. 건축을 이야기할 때 컨셉이 중요하긴 하지만, 예전에는 건축가가 특집을 하려면 자기만의 키워드가 꼭 있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설득력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추상적인 표현 대신, 이 건축물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선택에 의해 지어졌는가를 팩트 위주로 정리하려 했어요.
2000년대 초반에는 저도 컨셉이나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건축물이 구체적으로 뭘 해결하고 뭘 구현하려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더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중요한 건 대체로 직관적으로 보이더라고요.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일본 「A+U」 사진작가이자 편집장이신 분이 저널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거예요. 건축가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순간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저널은 그 타협을 막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한다고요. “이거 이렇게 처리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며 넘어가려 할 때, 마지막까지 건축의 완성도를 지켜주는 역할을 저널이 하고 있다는 거죠. 건축가가 디자이너로서 어떤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채 넘어간 게 눈에 보일 때가 있어요. 반대로 끝까지 완성도 있게 설계 의도를 끌고 갔을 때, 우리는 그 건축물에 존경심과 쾌감을 느끼거든요. 저는 그런 지점들을 주목하려고 해요.
요즘 드는 생각은,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채소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다”, “꽃이 여기 들어간 의도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던 태도가 작가주의 건축가나 저널리스트가 작품을 보는 관점과 닮았다는 거예요. 의도도 알겠고 맛도 알겠고 과정도 알겠는데, 완성된 지점에서 디자이너로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부분들이 있거든요. 이런 관점이 건축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기도 하고, 직접 건축을 경험하면 장단점이 명확하게 보여요. 결국 건축가의 의지가 초기 개념을 해치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oa: 저널리스트의 시선은 건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태도로 보입니다. 건축학과에서 이런 시선을 훈련하려면 어떤 과목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임진영: 건축 큐레이션 강의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획자의 시선으로 건축을 보는 관점을 1년 코스로라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창작자로서 자기 개념을 성숙시켜 물리적 결과물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엮어내는지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껴요.
보통 큐레이터와 에디터를 구분해서 얘기하지만, 요즘의 기획자들은 전시를 하다가 책을 내고 글을 쓰는 식으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해요. 업의 영역을 정확히 나누지 않고도 기획자로서의 여러 모델들이 있는 거죠. 이런 기획자의 시선을 건축학과 학생 때부터 교육받았으면 좋겠어요.
핵심은 타자화된 시선으로 건축을 보는 훈련이 잘 안 된다는 거예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시선으로 타자화해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거든요.
그 첫 출발은 글쓰기예요. 거기서부터 기획력, 업역을 바라볼 수 있는 자신만의 관점, 그것을 어떤 주제로 엮어낼지에 대한 감각이 시작되죠. 전 세계 주요 건축 전시가 어떤 방식으로 방향성을 끌어왔는지, 어떻게 개념을 확장해 갔는지를 한 번쯤 제대로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개별적으로 공부할 수는 있지만, 체계적으로 훈련되지 않다 보니 아쉬운 지점이 많죠.

soa: 타자화된 시선으로 건축계를 바라보는 건 학생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관련 강좌가 없는 상황이라면, 저희가 어떤 방식으로 훈련할 수 있을까요?

임진영: 《이오덕의 글쓰기》라는 책이 있어요. 자기 생각을 펼쳐내는 글쓰기의 기본을 혼자서도 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기 생각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말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해야 해요.

<이오덕의 글쓰기> – 이오덕

Part 2. <경험>

soa: 지금까지는 대표님이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을 교육·기획으로 확장하는 방식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 관점이 오픈하우스서울이라는 실제 활동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여쭤보겠습니다. 
기자는 독자들이 글을 읽게 하지만, 오픈하우스서울은 시민이 직접 현장에 발걸음하게 만듭니다. 펜을 든 관찰자와 판을 짜는 기획자를 병행하고 계신데,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기준에서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임진영: 건축 영역의 기자는 전문 기자이기 때문에 건축 계획 방향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커요. 반면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건축적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특정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다면 선택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만 건축가가 심하게 타협한 지점이 있는지는 늘 살펴보려 해요. 그게 좋은 건축의 사례로 소개되면 안 되니까요.
C3에서는 건축물을 볼 때 명확한 기준이 있었어요. ‘Creativity, Originality, Traditionality’. 한 건축가를 작가주의 건축가로 소개하려면 자신만의 고유한 건축 언어, 전통에 대한 고민, 독창성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한 가치였고, 이를 골고루 살피며 토론해서 특집 여부를 결정했어요.
이런 훈련을 오래 반복해 왔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좀 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커트하는 편이라면, 기획자로서 오픈하우스서울에서는 이 건축물로 어떤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지 폭넓게 생각해요. 건축 이야기뿐 아니라 지역, 프로그램, 최근 이슈가 되는 테마까지 폭이 넓어지는 거죠.

soa: 오픈하우스서울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014년에 시작해서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그 이후 대중이 건축을 소비하고 경험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처음과 지금의 반응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임진영: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건축을 제대로 즐길 기회가 많지 않았고, 건축에 대한 관심이 문화적 차원으로 발전되는 경우는 적었어요.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인데, 사람들이 건축물에 관심 두는 코너들이 계속 늘어났어요. 다만 당시엔 건축을 예술처럼 신화화하는 경향이 있어서, 신문 기사에서도 건축을 위대하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수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인스타그램이 확산되면서 건축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넓어졌어요. 사진이 잘 나오는 배경이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 없이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이후 “이 건축가는 이런 사람이래”, “이 건물은 이렇게 지어졌대” 하는 단계까지 왔어요. 이제는 좀 더 깊이 있는 콘텐츠를 사람들이 소비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오픈하우스서울을 시작한 계기가 바로 그거예요. 좋은 건축물은 공공 영역이 아니라 사적 영역에 있어서 향유할 기회가 한정돼 있어요. 저는 기자 생활을 하며 취재차, 또는 개인적으로 좋은 건축물을 많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좋은 건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경험하면서 “이 공간은 직접 경험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컸어요. 사람들이 좋은 건축물을 직접 경험한다면 건축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더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큰 출발점이었죠.

2025 오픈하우스서울 스위스대사관 / 오픈하우스 제공

soa: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기조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저널이나 에디팅의 역할이 건축가들이 실제로 건물을 지을 때에도 영향을 미쳐서, 건축 자체를 상향평준화하고 대중이 그 건물을 봤을 때 더 잘 지어지도록 이끄는 역할도 할 수 있을까요?

임진영: 충분히 있다고 봐요. 시장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좋은 건축물이 하나 등장하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줘요. 예전에는 건축가의 시장과 일반 시장이 완벽하게 분리돼 있었어요. 건축가를 찾아가는 분들의 세계와, 기업이나 다른 방식으로 지어지는 건물의 세계가 서로 분리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경계가 많이 사라졌어요.
옛날 사례를 하나 들면, 예전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가짜 고전 양식 일색이었어요. 열주를 두르고 돌 위에 지붕을 얹는 그리스⋅로마식이었죠. 그런 곳에 갑자기 현대적인 건축물이 등장했는데, 건축가 민성진의 냄해힐튼 골프리조트였어요. 처음엔 다들 낯설어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어요. 그러자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당시 경상도 남쪽 지역에서 동판 지붕이 굉장히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다들 그 성공을 흉내 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좋은 건축이 가진 가치를 더 명확하게 알려주면, 사람들이 그걸 알게 되고 시장도 그에 따라 반응한다고 믿는 편이에요. 어쩌면 제가 대중과 소통하며 가장 많이 전하려 했던 것도 그 지점이에요. 좋은 건축의 가치는 대리석 마감재나 통유리창 같은 자재가 아니라, 그 건축이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에 있다는 것. 그걸 더 정확하게 전달하며 이끌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oa: 오픈하우스서울이 비영리로 운영되다 보니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 계신데, 10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임진영: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에게는 명확한 의지가 있었어요. 좋은 건축을 알리려면 직접 경험해야 하는데, 한국의 좋은 건축물들은 너무 사적 영역에 있고, 그 감동을 말이나 글, 사진만으로 나누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거든요. 사람들에게 좋은 건축의 의미를 알리고 싶다는 열망이 굉장히 컸어요.
첫 회를 열었을 때 반응이 컸어요. 참여하신 분들이나 지켜보신 분들이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고, 거기서 얻는 에너지가 컸어요. 건축 문화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soa: 지쳐서 그만두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임진영: 예전엔 팀원도 없었어요. 첫 해는 저 혼자 했죠. 그때 중요했던 건 건축 기자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였어요. 전화 한 통이면 섭외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었거든요. 지금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중견 건축가분들이 젊은 시절이었을 때 저는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 27년간 그분들과 함께 성장해 왔어요.
그게 저의 자산인 것 같아요. 제가 어릴 적 썼던 치기 어린 글들에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시고 신뢰를 쌓아주셨기에, 오픈하우스서울은 제 자산이라기보다 거기에 흔쾌히 응해주신 건축가분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혼자 이룬 게 아니에요.

soa: 건축을 소비하고 경험하는 과정이 점점 깊어진 것 같은데, 다음으로 건축과 대중을 만나는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계신 게 있으실까요?

임진영: 책을 쓰는 거요. 저널리스트가 된 지 27년이 됐는데 아직 제 이름의 책을 못 썼어요.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은 있지만, 직업으로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오히려 새로운 글을 만드는 에너지가  떨어지더라고요.

soa: 쓰고 싶으신 책의 방향성이 있나요?

임진영: 지금 제가 자신 있는 영역에서, 한국 건축의 중견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한국 건축의 현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책을 몇 년째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쓸 수 있는 건 오픈하우스서울에 대한 책이에요. 이런 행사들, 지금 나누고 있는 이런 인터뷰 내용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두 번째는 오픈하우스서울에서 심도 있게 진행했던 특집 인터뷰 10편 정도를 엮은 인터뷰집이 목표예요.
요즘은 주로 해외 건축 저널에 글을 쓰고 있어요. 캐나다 매거진 아주르(Azure)에도 최근 글 한 편을 썼고, 미국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건축지 드웰(Dwell)에는 최욱 소장님의 건축과 집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요.

AZURE 잡지
dwell 잡지

soa: 최근 해외 저널에서 글을 쓰신다고 하셨는데, 한국 대중이 아닌 외국인 독자를 대상으로 쓸 때 한국 건축의 어떤 점을 알리려고 하시나요?

임진영: 초반엔 정말 힘들었어요. 처음 글을 쓴 곳이 마크(Mark)지였는데, 조민석 소장님의 에스트레뉴 빌딩에 대한 원고 의뢰가 왔어요. 흥미로운 이 작업을 써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는데, 당시 어려웠던 점은 한국 건축의 상업건축을 묘사하는 방식과 국제적 기준에서 관심 있어 하는 지점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한국 건축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초반엔 한국 건축가만의 독창성을 설명하려고 애썼는데, 요즘은 접근이 달라졌어요. 김찬중, 최욱, 조병수, 민성진 소장님 같은 대표적인 건축가들은 1989년 유학 1세대 세대예요. 그분들이 건축을 어디서 공부했는지 보면, 그냥 각자 원하는 곳을 선택한 거예요. 어떤 분은 캘리포니아가 좋아서, 어떤 분은 “나는 거기와 맞는다”는 자유로운 이유로, 어떤 분은 그냥 가고 싶은 곳이라서 선택했어요. 여기서 어떤 공통된 맥락을 찾기는 어려워요. 그냥 개인의 선택인데 억지로 맥락을 설명하려니 설명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한국만의 독특한 산업 기반, 즉 빨리 짓고 거대하게 짓고 북적북적한 환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대응해 온 한국 건축가들만의 태도를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이걸 부정적인 요소로 봤는데, 요즘은 오히려 한국 건축만의 독특한 생태계라고 보고 있어요.

Part 3. <마무리>

soa: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임진영: 저는 이 부분에서는 확고한 것 같아요. 비례와 스케일이에요. 개념적으로나 건축계에 획을 긋는 건축물도 물론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취재하며 다녔던 많은 공간들 중, 소박한 테라스에서 바람이 불 때 느꼈던 안정감이나 포근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좋은 건축은 비례와 스케일에서 안정적이고, 사람들이 그 안에 머물렀을 때 좋은 경험과 감각적인 경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감각은 좋은 것을 많이 보고 훈련돼야만 얻어지는 감각이라, 거기서 오는 공간의 만족감이 굉장히 커요. 좋은 건축이라면 사람들은 분명 그것만으로도 좋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어요.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앉거나 걷거나 머무를 때 비례감만으로 충족되는 공간감이 있는 좋은 건축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soa: 알겠습니다. 오늘 알려지지 않았던 건축 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와 나눈 이 대화에 직접 제목을 지어주신다면 어떻게 지으시겠어요?

임진영: 타자화된 시선. 저는 기획자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타자화된 시선을 통해 건축계 내부의 논의를 확장하는 동시에, 건축의 영역을 건축계 외부로도 확장하게 해주는 것. 많은 사람들이 건축이라는 문턱을 넘을 때, 그 문턱을 좀 더 부드럽게 넘게 해주고 의미를 해석하고 확장해 주는 역할. 그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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